2015년 8월 18일 화요일

자원빈국 네덜란드, 경제대국 성장동력은 외국어

[굿모닝 대사님] 자원빈국 네덜란드, 경제대국 성장동력은 외국어

김정윤 기자 | 2015/08/18 10:23

 로디 엠브레흐츠(Lody Embrechts) 주한 네덜란드 대사./이태경 기자
로디 엠브레흐츠(Lody Embrechts) 주한 네덜란드 대사./이태경 기자

“독일인이나 프랑스인, 영국인들은 네덜란드어를 하지 않지만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를 구사해야만 합니다. 이들은 네덜란드의 주요 수출 상대국이기 때문이죠. 한국의 상황도 네덜란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네덜란드의 면적은 남한의 40%, 인구는 3분의 1 에 불과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6위의 경제대국이다. 네덜란드는 여러 면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척박한 천연자원과 협소한 국토, 적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위치가 그렇다. 

그럼에도 무역 규모 1조달러(약 1118조원)가 넘는 무역 대국인 것도 한국과 닮았다. 네덜란드 경제 역시 수출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0~60%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의 비중이 높다. 

로디 엠브레흐츠(Lody Embrechts) 주한네덜란드 대사는 네덜란드와 한국이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에 둘러싸여 있는 강소국 네덜란드가 이들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자국 국민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 외국어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제도가 시장과 기업이 기대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국민의 90%가 한 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고 44%가 영어와 독어를, 12%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구사한다. 엠브레흐츠 대사는 이 같은 성취는 환경적 요인보다 정부의 교육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현재 네덜란드의 청년실업률은 한국과 비슷한 10% 수준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도 출중한 외국어 실력과 글로벌마인드로 무장한 까닭에 네덜란드인들은 17세기 대항해시대를 주름잡던 그들의 선조들처럼 글로벌 비즈니스의 총성없는 전장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소국의 위치를 유지해오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한국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부분이 있는지 엠브레흐츠 대사에게 물었다.

ㅡ 네덜란드와 한국은 작은 면적과 적은 인구, 수출 주도형 경제 등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네덜란드의 국토 면적은 남한의 40%밖에 되지 않는다. 인구도 1600만명 정도로 한국보다 훨씬 적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공통점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작은 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에게는 중국과 일본이 있다면 네덜란드는 한 쪽에 독일, 다른 한 쪽에는 프랑스, 그리고 남쪽으로는 영국에 둘러싸여 있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또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두 나라는 내수 시장 만으로 자급자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이 필수적이다. 지하자원이나 천연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땅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거시적으로 경제 흐름을 봐도 한국과 네덜란드는 고령화와 저출산, 그에 따른 연금 부담 등 여러 면에서 비슷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ㅡ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여섯 번째로 큰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네덜란드는 언제나 시장과 사회에 대한 개방 정책을 유지해 왔다. 17세기의 네덜란드에는 이주민과 난민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들의 서로 다른 문화와 지식이 뒤섞이면서 네덜란드는 거대한 용광로(melting pot)가 됐다. 그리고 그 때가 우리의 황금기(Golden Age)였다. 

지금의 상황도 17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작은 나라다. 개방 없이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에 진출해서 그 곳에서 성장하고 또 우수한 현지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다. 

과거 폐쇄된 사회와 경제 시스템으로 알려졌던 한국도 점점 더 개방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90년대에도 한국에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하면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이 많이 늘었다.”

ㅡ 상당수의 네덜란드인들은 3~4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글로벌 기업의 각국 지사장 중에도 네덜란드 출신이 많다. 이것 또한 유럽의 작은 국가로서의 생존 전략의 결과인가? 

“네덜란드는 다른 국가들과의 교류 없이는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도 네덜란드어를 하는 국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외국어 교육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을 살펴보면, 우선 네덜란드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독일이 있다. 우리의 제품을 구매하고 우리와 무역을 하는 독일의 언어를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독일 사람들은 네덜란드어를 못 해도 되지만, 우리는 독일어를 해야 한다. 

벨기에와 프랑스도 주요 교역 파트너기 때문에 프랑스어도 중요하다. 다음은 영국이다. 우리는 영어를 모국어와 다름 없이 사용하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도시도 있다. 정부도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관련 교육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對) 중국 수출이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중국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한국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는 점이 교육에도 반영돼야 한다. 한국의 외국어 교육을 보면 시장에서 원하는 교육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90년대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한국인들은 외국어를 구사할 때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한다. 네덜란드어를 곧잘 하는 한국인도 실제 네덜란드인을 만나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문화적인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ㅡ 한국과 네덜란드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 간 경제적 협력은 어떤가?

“네덜란드에게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아시아 시장이다. 관련 무역 규모는 매년 8% 씩 성장해왔다. 현재 네덜란드와 한국의 연간 무역 규모는 100억유로(약 13조1570억원)정도다. 물론 중국과 비교할 순 없지만 굉장히 큰 액수다. 

네덜란드는 EU 안에서도 한국과 경제 교류가 가장 빈번한 국가 중 하나다. 네덜란드에는 130개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한국에는 78개의 네덜란드 기업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에게 한국이 중요한 것 이상으로 한국에게 네덜란드는 유럽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목으로 큰 의미가 있다.” 

ㅡ 어떤 분야에서 가장 많은 투자와 교역이 일어나고 있나?

“네덜란드의 입장에서는 정보기술(IT) 분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과 같은 기업들과의 협력에 관심 많다. 농업과 서비스업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네덜란드를 유럽 물류의 중심지(허브)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네덜란드로 상품을 가져와 유럽의 여러 국가들로 유통한다. 네덜란드는 수준 높은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ㅡ 한국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맺을 때도 항상 농업 부문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한국의 농업이 어떻게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농업 부문을 개방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도 있다. 만약 네덜란드가 농업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면 세계적인 농업 수출국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한국은 농업을 발전시키기에 좋은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첫째로 한국은 IT, 하이테크 기반의 경제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업이 하이테크 산업이다. 농부가 실제로 밭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네덜란드에서 농부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어떤 때에, 어떤 곳에 얼마 만큼의 농약이나 물이 필요한 지를 계산하는 것부터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 연구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한국은 또한 김포공항이나 인천국제공항처럼 물류 허브도 갖추고 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지만 농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은 문제다. 국가가 젊은 청년들에게 농업이 한국의 중요한 미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 수입하는 70%이상의 고추는 한국산이다. 중국은 어떤가. 중국인들은 한국의 농산물을 고급 상품으로 친다. 식품 가공 분야에서도 많은 기회들이 있다. 주변국들과의 FTA를 통해 한국 농산물의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다만 한국에서 농업은 구식이라는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


ㅡ 네덜란드와 한국이 서로 보완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농업 부분에서 협력이 기대된다. 네덜란드 전체 노동력의 2%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다. 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 규모는 800억유로(약 105조 1544억원)에 달한다. 

한국 경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앞서가는 분야가 있으면 뒤처지는 분야도 있기 마련이다. 한국은 자동차, 조선, IT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웠지만 농업 분야의 발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두번째로,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스타트업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전세계 청년들에게 창업을 위한 IT 인프라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결과는 꽤 성공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로운 기술이 결과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암스테르담의 창업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도 한국과 네덜란드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청년들과 네덜란드 청년들이 함께 혁신을 이룰 수 있다.”

ㅡ 한국 정부도 창업을 장려하고 있지만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이 혁신과 창조경제, 중소기업 기반으로의 변화를 추구한다면 스타트업은 당연히 중요한 일부다. 네덜란드에서는 대학은 물론 필립스와 같은 대기업들도 젊은 청년들의 창업을 돕고 있다. 정부도 여러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물론 창업이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창업 지원은 결국 성공의 기회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실패가 성공적인 사업가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것은 평생 간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도 한국과 비슷해 실패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점차 변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와 민간 기업도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인들은 매우 창의적이다. 카카오톡이나 온라인 게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10개 기업을 창업하면 그 중 한 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창업이지만,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를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ㅡ 네덜란드의 청년 실업률은 10%로 높은 편이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인데.

“2008년~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네덜란드의 청년 실업률은 1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가 고용 창출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면서 최근에는 경기 회복 분위기 속에 고용도 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청년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여러 정책을 내놨다. 그 중 하나가 청년 실업 담당관을 민간 기업에 파견해 기업들을 설득하고, 고용을 늘리는 기업에 감세 등의 혜택을 제공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방 정부에도 금전적인 지원과 함께 청년 고용을 늘리도록 장려했다. 

기업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육 제도도 정비했다. 자기소개서 작성 등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될만한 과정을 도입한 것도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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