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들에 대한 처리를 유심히 보아라, 당신의 미래도 어쩌면…
기업이라는 것은, 그리고 조직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일본의 전설적인 경영자인 이나모리 가스오가 주창한 ‘아메바 경영’이라는 것은 다른 뜻으로 쓰였지만, 내가 보기에 정말 조직은 아메바 같다. 끊임없이 있던 사람들은 떠나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온다. 있던 사람이 나가면 마치 조직이 큰 난리가 나고 심지어 사라질 것도 같지만, 그 사람의 영향력에 비례하여 혼란의 정도와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경우 조직은 다시 살아남아 꿈틀거리며 생명을 이어간다. 그래서 퇴사하는 사람들 중 미성숙된 정신을 가진 일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떠나면 이 조직, 이 회사는 망할 것이다 라는 착각은 혼자만의 헛된 망상인 것이다. 마치 학창시절 어느 날 한참을 부모님께 혼난 후 잠자리에서, 내가 복수한답시고 가출을 한다면 얼마나 부모님이 오늘 나를 혼낸 걸 후회하고 슬퍼할까 하며 자리에서 뒤척거리는 청소년의 미몽과 같다.
어쨌건 그래서일까? 어떤 경영진들이나 상사들은 퇴사자에 대한 처리와 예의를 너무 쉽고 별 것 아닌 듯이 생각하곤 한다. 이것이 전체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얼마나 조직의 수준과 역량, 조직 구성원들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지를 한번 여기서 확인해보자.
우선 단적으로 말한다. 사표를 제시한 오래 같이 일했었던 직원에게CEO가 붙잡는 시늉조차 한번 안 하고 냉정하게 수리해 준다면, 그 회사는 충성심에 기대어 자리 보존하는 것은 결코 기대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또한 떠나가는 직원에게 환송회조차 안 해주는 곳이라면 그 회사는 인간적인 정과는 상관 없는 곳이다. 퇴직금 지급을 미루거나, 위로금조차 없는 곳은 자금 사정이 문제 있는 회사이다. 퇴사 직원이 CEO 혹은 상사와 대판 싸우고 격렬하게(?) 나간다면 이 회사는 미래를 의심할 정도로 근본적으로 균열이 심각한 회사이다. 퇴사 직원의 경쟁사나 동종 업체 취업을 극도로 경계하거나, 정보 유출 등에 신경이 날카롭다면 이는 회사의 기술력과 미래가 자신이 없다는 반대 증거이다.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퇴사한다면 이는 난파선이다. (배가 가라앉을 때에는 쥐들이 제일 먼저 바다에 뛰어든다.)
여기서 잠깐, 환송회조차 안 해준다고? 퇴직금을 가지고 실랑이 한다고? 수십 년 동고동락한 직원을 쿨하게 그냥 보낸다고? 그런 사례가 정말 있냐고? 상상이 안 되는가? 그럼 그런 분은 그나마 현재에는 좀 괜찮은 직장에 근무하는, 세상 경험이 별로 없는 직장인일 가능성이 높을 듯하다. 위에 나열한 사례는 아주 점잖은 편에 속한 흔한 경우이다. 더 한 사례도 매우 많다.
특히 좋은 조건의 타회사로의 이직 등으로 아쉬워하며 사표를 내는 그런 통상의 경우가 아닌 사례를 유념해서 보아야 한다. 직장인의 입사 초심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여 회사가 원하는 성과를 내고 여기서 핵심 인력으로 대접 받자 일 것이다. 그러나 한해 한해 시간이 흐를수록 별의별 운명의 갈림길이 이 직장인을 몰아 세운다. 때로는 사내 정치에서 밀려 나거나, 특정 사업, 특정 결과에 대한 희생양으로 물러날 수도 있다.
그래서 주어진 업무만 열심히 한다면 상사들이 다 알아서 하겠지 라고 하며 우직하게 자신의 길만 보지 말고, 타인이 당하는 여러 사례를 늘 관찰하면서 촉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특히 희생양, 정치 싸움 같은 이런 사건이 빈번한 회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깨닫고 항상 경계해야 한다.
종신 고용이란 제도가 완전히 무너진 21세기의 우리나라의 오늘날에는 회사라는 곳에서 안전한, 영원한 내 자리는 결코 없다, 그래서 스스로 떠나야 할 타이밍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그걸 놓치면 더러운 꼴 당한다. 다음 일자리를 준비하는 데 막대한 지장 있다. 취업 시장은 나이가 많을수록 직급이 높았을 수록 더 힘든 곳이다. 게다가 현직에 있을 때 다음 갈 곳을 정하는 게 최선이다. 가장 멍청한 것이, 회사가 자신에게는 그럴 리 없다며 자신하는 것이다. 오너가 아닌 다음에야 전문 경영인 CEO부터 사원까지 모두 예외는 없다. 지금 있는 자리는 결코 미래가 보장된 곳이 아니다. 예상 못한 내침을 당한 후 뒤늦게 회사를 원망해본들 아무런 소용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그걸 미리 못 깨달은 본인의 책임이 더 크다.
문제는 이런 경우로 밀려난 임직원들을 대하는 회사의, 특히 CEO의 태도와 조치가 어떠냐는 것이다. 매몰차게, 때로는 남은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경우라면 이 회사를 다시 보아야 한다. 자신이 언제 그런 똑 같은 대접을 받고 이를 갈며 떠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미래는 정확히 알 수가 없지만, 회사나 사람이나 지금 행동의 하나를 보면 생각의 열을 알 수는 있다. 사표 이후 인수 인계가 마무리되는 약 1달 동안 사장이 위로나 설득, 지금까지의 고충 청취의 면담 한번 안 해 주거나, 비용과 각종 정산에 치사하게 트집을 잡거나, 심지어 PC나 다이어리 등에 있는 내용 중 개인 자료들까지 모두 압수하고 몸만 떠나게 하는 등 별의별 경우를 다 보았다. 심지어 늘 CEO와 부딪혔던 (옳은 말을 한다고) 임원 한 사람(직원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던)은 떠날 때 쌍방 폭행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그 후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 사장이란 사람의 인간성을 바라보았겠는가? 이런 안 좋은 경우들은 그야말로 전 직원들에게 예외 없이 신속하게 퍼진다. 때로는 덧붙이고 과장되고 확대되어서.
이럴 때 떠나는 자에게 주는 위로 한 마디..
“어떤 야비한 일을 당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고민하지 말아라. 단지 아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고 생각하라. 즉 인간성을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료라고 생각하라. 이상한 광물 표본 하나를 우연히 발견한 광물학자의 태도를 닮아야 한다.” <쇼펜하우어>
이런 사례들이 늘면서 조직의 정신은 점차 안쪽부터 와해되기 시작한다. 조직에 대한 충성과 성실, 의욕적인 근무에 대한 허무가 조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그야말로 복지부동, 최소한의 의무 채우기, 무조건적인 자기 방어, 모난 돌 되지 않기, 튀지 않고 제안하지 않기 등이 당연한 준칙으로 자리 잡힌다. 싱싱하게 살아있는 신입 사원마저 이런 조직에서는 몇 달 못 가서 선배와 상사들과 같은 약 먹은 동태 눈알 소유자가 된다. 혁신은 먼 곳의 남의 일이며, 변화는 악덕이 된다. 조직의 전체 역량과 효율은 이렇게 점차 가라 앉는다.
다른 사례를 보자. 만약 퇴사자에게 본인의 선택을 축복 해 주고, 격려해 주고, 지금까지의 수고에 감사하는 성의를 보인다면 이는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소위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이다. CEO의 이러한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인 행동이다. 비록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눈에 가시 같았던, 혹은 무능하여 모든 직원들마저도 떠났으면 하는 직원이 실제로 사표를 냈더라도, 사장은 이 직원의 퇴사에 최선을 다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높은 리더십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이다. 어쩌면 이것이 고도의 술수이기도 하다. 표현이 무순 상관이랴, 조직이 성공하게 한다면. 적어도 위의 나쁜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방지하는 길이라면.
또한 퇴사자의 경조사에 만약 리더나 CEO가 간다면? 그건 그 사람을 위해 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바로 그 자리에 오는, 아직 이 회사에 일하며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때로는 그런 “전략적인” 소프트한 행동이 인센티브 몇 푼보다 더욱 효과 있는 애사심과 충성심을 발휘하게 한다. 리더는 그래서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리더는 귀와 마음을 열고 이들 퇴사자가 떠나는 이유를 물어라. CEO가 직접 나서서 퇴직자를 만나라. 여기에 거의 틀림없이 조직 혁신과 개선의 비밀이 있다. 평소 결코 듣지 못했던 정답이나 힌트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떠나는 자는 솔직해질 수 있다.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를 사랑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다면. 이는 큰 돈을 들여 수행하는 외부 컨설팅보다 더 정답과 진실을 찾는 일이 될 수 있다.
타산지석이란 말을 늘 명심하라. 떠나는 자의 자취는 어쩌면 자신의 미래일 수도 있으므로.
“권력만 있고 권위는 없으며, 명령만 있고 대화는 없다. : 리더의 가장 큰 착각은 직원은 연봉, 복지, Vision 등도 늘 고려하지만 가장 큰 퇴사 이유는 바로 상사 때문이다. 내부 고객을 못 잡으면서 외부 고객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가? 권력에 복종하는 것은 두려움, 손해 때문이지만 권위에 복종하는 것은 존경심 때문이다. 허름한 기업에서 유능한 상사와 일하는 것이, 현대적이고 직원 중심이라 말하는 기업의 끔찍한 관리자와 일하는 것보다 낫다.” <갤렵, 25년간 100만명 직원과 8만명 관리자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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