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에 짓눌리는 中 울고… 성장률 탄력받는 日 웃고
중국과 일본의 경제상황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글로벌 경기를 이끌어 온 중국은 부채 상황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1989년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직전과 유사한 양상을 빚고 있다. 반면 오랜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완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中부채 심각, 경제위기 올라=세계 투자자들은 귀신같이 경제위기 징후가 보이는 투자처를 찾아내 선제대응으로 고수익을 남기는데 이들의 요즘 ‘타깃’은 중국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부채가 계속 늘고 있는데 주택 가격도 치솟고 있어서다. 중국의 기업, 가계 할 것 없이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얘기인데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지면 그때를 투자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IBS)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부채를 제외한 중국의 기업 및 가계 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120% 정도에서 현재 170%로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2001년 GDP 대비 143%였던 부채 비율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77%로 급증했었다. 일본 역시 1989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기 직전 10년 동안 부채 증가율이 급증세를 보였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채의 절대적 수준보다 증가 속도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부채가 이런 속도로 급증한 이후 (경제) 위기를 겪지 않은 나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 전문가인 조지 매그너스 UBS 수석 경제자문역은 “중국의 상황은 소득 불균형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성장보다 신용시스템을 무분별하게 활용하고 있는 점이 미국과 닮았다”며 “금융 불안정에 한 걸음 다가갔음을 보여주는 징조”라고 했다. 미국도 2008년 주택담보 대출을 남발해 결국 금융시장 붕괴로 이어졌다.
다만 중국의 경우 위기 형태가 미국처럼 순식간의 금융시장 붕괴로 나타나기보다 일본처럼 수년간의 성장 둔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간의 주 하이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는 악성부채가 급증하던 때 은행이 갚을 능력이 안 되는 기업들에 차환 대출해주는 것을 방치했고 결국 은행, 기업이 모두 도산했다”며 “은행, 기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으면 중국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회복세 완연=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반면 일본 경제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이날 2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9%,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3.8%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율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2.6%)를 크게 웃돌았고, 3분기 연속 오름세를 보여 일본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에다 높은 성장률 통계까지 나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 중인 소비세 인상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FT는 “일본의 2분기 성장은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임박하면서 개발도상국 등 이머징마켓이 휘청거리는 사이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본 근로자의 평균 기본임금은 7월까지 14개월 연속 하락했고 엔저 효과로 물가가 오르고 있어 아베 정부가 증세를 시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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