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6일 일요일

캠핑손자병법

캠핑 손자병법 | 병형상수 수무상형

兵形象水 水無常形…캠핑 또한 물과 같아야 하나니
아웃도어뉴스|13.10.0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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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해야 한다. 손자 선생께서는 용병을 물과 같이 하라 하셨고[병형상수], 나는 선생의 말씀 따라 캠핑을 물과 같이 하고 싶다. 무엇인가를 물처럼 하라는 건 자연스럽게 하라는 뜻이다. 물이란 본디 정해진 형태가 없으니[수무상형] 땅의 형태에 따라 흐름을 만든다. 전쟁에 임해 군사를 부리는 일은 아군과 적군의 형세에 따라 달라져야 하듯, 캠핑 역시 여러 형편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충분하다. -편집자주





전쟁의 시대이자 동맹과 배신의 시대가 낳은 < 손자병법 > 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기술'을 다룬다. 생존의 기술이란 다름 아닌 승리의 기술이다. < 손자병법 > 의 앞부분은 새로운 개념들을 설명한다. 형과 세, 정과 기 같은. 뒷부분은, 말하자면 '실전 테크닉'이다. 그 첫 편인 '허실'은 실전 테크닉 전체를 아우른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적절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감추라는 게 아니다. 때로는 강점을 약점으로 위장하고, 약점 뒤에 강점을 숨겨 상대방의 허를 찌를 줄도 알아야 한다.

용병, 실한 곳을 피해 허한 곳을 친다


'허실' 편에서 손자 선생이 말하는 7가지 원칙이 있다. 간추려보자. 우선 '먼저 가서 기다려라'. 알겠지만, 허겁지겁은 우왕좌왕을 낳고, 그 결과는 신통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꼭 전쟁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다음. 전쟁의 준비는 보이지 않게. 적의 눈을 피할 수 있고, 아군의 강점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의 공격과 수비는 예상을 뒤엎어야 한다. 적이 많아도 그들로 하여금 전투를 할 수 없도록 만들면 승리를 일굴 수 있다. 그렇다고 승리에 취해 그 작전을 또 쓰는 건 어리석은 장수나 하는 일, 한 번 쓴 계책은 버려야 한다.

마지막, 이 모두를 아우르는 원칙이 '물과 같이 하라'다. 높은 곳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용병은 (적의) 실한 곳을 피해 허한 곳을 치는 게 정석이다. 정해진 모양이 없는 물이 땅의 생김새에 따라 흐름을 만들 듯, 적의 강약과 허실에 따라 승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용병의 원칙이요 능력 있는 장수의 요건이다. 공격과 수비의 원칙과 관련해 손자 선생은 예상을 뒤엎고 이뤄져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전쟁할 곳을 알고 전쟁할 날짜를 알면 천 리를 행군해서도 전쟁을 할 수 있지만, 전쟁할 곳을 알지 못하고 전쟁할 날짜를 알지 못하면 좌측이 우측을 구할 수 없다.

요컨대, 준비는 보이지 않게 미리미리, 싸움은 예측을 뒤엎고, 그리고 답습은 금물이다. 이 모든 것은 전장과 피아의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니 물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이겨야 하는 전쟁과 즐기기 위한 캠핑의 이치가 완전히 포개질 순 없는 노릇. 이제 캠핑 얘기다.

캠핑, 익숙함을 피해 낯설음을 즐긴다


먼저 가서 기다리라는 말, 캠핑에도 무척 필요하다.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빈자리에 텐트를 치는 이와 시간의 여유를 갖고 캠핑장과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는 이가 맞이할 밤은 다르다. 떠날 때라고 다르지 않다. 늘 시간에 쫓기며 뒷정리를 하던 시절, 전국 캠핑장에 두고 온 팩이 몇 개고, 코펠이 뒤섞여 그대로 행방불명된 적이 몇 번이었던가. 캠핑의 꼼꼼함은 대개 느긋함에서 나온다. 캠핑장의 자연은 우리를 노리는 적이 아니니 굳이 숨길 필요는 없겠다.

싸울 때 예측을 뒤엎으란 얘기는 싸우기 전에 충분한 분석과 예측,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캠핑 또한 마찬가지. 언제 어디로 떠나느냐에 따라 준비가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여름과 겨울이 다르듯, 평지와 산 속이 다르다. 곧 가을, 산 속의 가을은 도시의 초겨울과 맞먹는다. 준비가 단단할 때 예측을 벗어난 캠핑은 스릴과 재미를 준다. 지난여름, 휴가철 캠핑장에 자리가 없어 떠밀린 어느 계곡에서 나는 나만의 계곡을 발견해 잘 간직해두었다.

승리한 작전도 되풀이하면 패배를 낳기 마련, 좋은 추억이라고 매번 반복하면 재미가 덜하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놀이와 요리는 조금씩 달라지고 새로워지는 게 좋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캠핑이라면, 아이들의 역할과 자유로움을 늘려가는 게 좋다.

익숙함을 피해 낯선 환경을 즐기라 했지만, 그 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지막, 물처럼 자연스럽게 캠핑과 익숙해져라.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커다란 돌은 피하고, 돌 틈을 지나면서 흐른다. 소용돌이도 치고, 고일 때도 있다. 상류의 물은 중류가 되면서 굽이를 만들고 지형을 이룬다. 하류에 이르면 지역을 나누고 문화를 꽃피운다. 캠핑도 그렇다. 입문자든 10년차건, 각자 자신의 취향과 형편에 맞게 즐기면 그만이다.

손자 7가지 원칙


1. 먼저 가서 기다려라.

2. 적의 능력(강점)을 피해 행동하라.

3. 공격과 수비는 보이지 않게 하라.

4. 적은 드러나게 하고 아군은 드러나지 않게 하라.

5. 예상을 뒤엎고 공격하고 수비하라.

6. 한 번 쓴 계책은 버린다.

7. 용병은 물과 같아야 한다.

글 서승범 기자 일러스트 김해진 / bum@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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