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비효율이
조직을 망친다
LG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헛손질이 많은 우리 기업들, 문제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다>를 요약.
우리 조직에서는 부지런하면 비효율과 상관없이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부지런하면 유능하다고 생각하며 조직에 충성스럽다고 여긴다. 그래서 줄기차게 보고서를 만들고 회의를 소집하고 이메일을 뿌리며 자리에 오래 앉아 있고 야근을 하게 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습관이 성과와는 큰 연관이 없으며 구성원의 건강이나 창의력을 해치는 역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조직은 비효율적이더라도 부지런한 직원을 찾는다. 결국 이런 오바스러운 부지런함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
1. 보여주기
성과창출보다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보여주기에 몰두하는 관행이야말로 부지런한 비효율의 대표이다. 성과와 고객에 집중하기 보다 상사와 조직에 집중되 내용의 실속이나 실행력보다 열심히 야근을 하며 겉보기에 그럴듯한 보고서를 만든다. 즉 잭 웰치가 위계적 조직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말했던 ‘모두가 CEO를 바라보고 고객에게는 엉덩이를 들이대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2. 시간끌기
부지런하다고 속도가 빠른 것은 아니다. 특히 조직학의 대가 에치오니 등이 지적했듯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의사결정을 방어적으로 회피하거나 필요 이상의 정보를 수집하며 시간을 끄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의도적인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직원들은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필요한 회의를 거듭하며 결정을 해야 하는 상사는 보고서의 사소한 오류나 정보 부족을 탓하며 재작업을 지시해 시간을 끈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핑계를 무기로 시간을 끄는 순간 경쟁사는 이미 더 빠른 발걸음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결과를 보곤 한다.
3. 낭비하기
한국기업의 경우 과도한 의전이 조직 성과와 무관한 낭비의 가장 전형적인 예이다. 과도한 의전은 체면과 권위가 중시되고 조직과 상사의 구분이 불명확한 한국의 조직 문화에 기인한 관행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과시적인 자의식과 상사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사심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낭비는 단순히 비용의 발생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원이 낭비되는 와중에 고객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방해하기
내부 경쟁에서 밀리면 생존이 어렵다는 생각에 자기 보호 본능이 극대화되면 구성원들이 총구를 조직 내부로 돌려 내부 경쟁에 모든 힘을 쏟는 어처구니 없는 비효율이 발생하기도 한다. 내부경쟁은 열심히 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서는 안된다.
엔론은 PRC(Performance review committee)라는 시스템을 통해 매년 하위 15%의 직원을 퇴출하는 극단적인 내부 경쟁 정책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조직 내에 협조가 사라지고 동료가 자신의 모니터를 훔쳐보는 것이 두려워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한 임원은 경쟁 사업부의 사업이 실패하자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직원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엔론은 파산했다.
마케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군주는 자국의 시민으로 구성된 군대로 싸워야 하며 용병에 의지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용병들은 조직을 위하기 보다 개인적 야심이 강하고 정작 위험이 닥치면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과 용병의 차이는 개인의 목표와 조직의 목표의 일치에 있다. 결국 조직원들의 용병화를 막기 위해서는 구성원과 조직이 장기적인 이익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릴엄 오우치 교수가 말한 집단주의적 성격과 개인적 가치를 접목한 ‘Z형 조직’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조직의 성장과 함께 장기고용을 실현시켜주며 개인간 차등보다는 조직 전체 성과와의 연계를 강화한 성과주의 등이 이루어질 때 Z형 조직으로 성장할 수가 있다.
더불어 구성원들이 조직의 상사나 내부 경쟁에 매몰되기 보다 고객을 모든 관심의 초점이 되는 문화 또한 형성해야 한다. 역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리더들부터 관점을 새롭게 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쇄신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부지런한 비효율을 타파하는 조직문화를 만들 수 없으며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나라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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