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9일 월요일

민간기업에 가라며? - 그럼 뭘 어떻게 준비할까?


민간기업에 가라며? - 그럼 뭘 어떻게 준비할까? 

개발마케팅연구소 이웃추가 | 2015.01.24 20:44

개발협력계 취업에 대한 편견을 깨고 민간기업에 가라는 조언에 많은 분들이 반응을 보여왔다. 요새는 어디서 강의를 하건, 글을 올리건 분야와 나이에 관계없이 경력개발 얘기에 가장 강렬한 반응이 온다. 이게 개인적이기도 하고, 사회적인 시스템과도 물려있는 문제라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서인 모양이다. 


그래도 민간기업에 가라고 해놨으니, 준비하는 분들에게 뭐라도 A/S를 제공해야 한다, 방향만이라도 제시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몰려와서 이 글을 쓴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나중에 하더라도 오늘 다루는 '방향'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에 답하기 위해 십수년전에 만들어서 여태 골백번도 더 우려먹은 전설의 "3각역량 모델"을 오늘 또 한번 우리겠다. 원래 이 모델은 직장에서 해외사업개발 하는 후배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고민하다 탄생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사원/대리가 대상이었다. 사업개발자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뭔지 알아야 키울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미 취업을 해서 한숨 돌린 친구들이 뭘 어떻게 공부해 나갈 것이냐 고민할 때, 그 고민을 정의(define)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단계에서 쓰는 모델이다. 그러나, 어차피 해야할 고민이라면 취업전부터 미리부터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리고, 이 고민에서 취업준비의 출발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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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에 나오는 세 축은 서로 직각이다. 방 귀퉁이를 생각하면 딱 맞다. 각 방향은 지역, 기능, 품목의 전문성을 표시하고, 원점에서부터의 거리가 그 분야의 역량이다. 멀리 갈수록 역량이 많은 것이다. 


'지역'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대한 통찰력을 말한다. 주로 언어에서 시작하며, 역사, 문화, 사람 등등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과 경험을 포함한다. 대학에서 주로 어학이나 인문학 전공한 분들이 주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기능'은 기획, 영업, 관리, 재무, 법률 등 어떤 조직에서나 필요한 공통의 역량이다. 요건 따로 깊이있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대학 전공으로 말하자면 상대, 법대 출신들이 주로 해당하며, 공대에서는 경영학과 취급받은 산업공학과 정도가 포함된다. 


'품목'은 보통 '산업'이라 일컫는 것이고, 우리 개발협력계에서는 '섹터'로 불리는 바로 그거다. 교육, 보건, 농업(농촌개발), 에너지 등등 무척 다양하다. 주로 대학 졸업할 때 자격증 받는 공대, 의대, 사범대 등 출신자가 많다.


현재 시점에서 자신의 역량을 이 세 축에 맞춰 평가했을 때, 그 세 점을 이은 삼각형의 면적이 (비록 개념적이기 이를 데 없지만서도) 출발점에 선 당신의 역량이다. 그리고 그 삼각형의 모양 (좁은 이등변 삼각형이냐, 넓은 이등변 삼각형이냐, 또는 정삼각형이냐는 그 모양)이 역량의 모습이다. 위 그림에선 안쪽에 작은 보라색 삼각형으로 표시되었다. 시간이 흘러 그 삼각형이 넓어지면 그게 미래에 당신이 가질 역량을 뜻한다. 바깥에 있는 파란색 삼각형이다. 


이제 당신은 그 삼각형을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늘려나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고려사항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자기가 기존에 가진 전공과 경험에 너무 얽매이지 말되, 그것을 버려서도 안 된다. 

뭔 말이냐면, 자기가 경영학과 나왔다고 꼭 경영자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공대 나왔다고 평생 엔지니어로 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이미 가진 것을 버리고, 숨기지는 마시라. 거기가 출발점인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경우 그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간호사 출신이 농촌개발 하는 것도 멋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보건교육이나 방역 쪽으로 관심을 넓혀가는 것이 더 호소력이 있다.


두번째, 한 분야만 판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한 분야에서만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는 문외한이 된다는 얘기다. 다른 분야를 모르면 협력할 수 없는 사람이 될 뿐이다. T자형 인재(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고, 다른 분야도 웬만큼씩은 알고 있는 인재)에서 위쪽 ㅡ 부분이 점점 두터워지는 추세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영업과 기획을 모르는 엔지니어는 아무리 유능해도 그냥 엔지니어다. 절대 의사결정하는 자리에 들지 못한다. 결정적으로, 한 분야만 파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효용이 체감한다. 즉, 대리-과장의 격차보다 차장-부장의 격차가 현격하게 작다. 구조조정의 일차 대상이 된다.


셋째,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완벽하려고 생각하지도 말라. 

세 축에서 모두 뛰어나기는 대단히 힘들다. 대략 두 축을 장악하는게 현실적이다. 스페인어를 즐겨 배우는 기계 엔지니어, 농산업에 관심이 많은 경제학도, 중앙아시아에 관심 많은 경리담당자 등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일할 기회가 있다. 인력시장에서 대체가능성이 낮기(irreplaceable) 때문에 인간성이 다소 나쁜(!) 경우라도 일자리 걱정이 없다. 나머지 한 축 정도는 남들과 협력해나가면서 보완하겠다는 자세만 있으면 된다. 


이 3각역량 모델은 조직적으로도 함의가 있다. (물론 만들어 놓고 내가 부여한 것이다^^)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쉽게 설명한다. 이 모델에서는 조직의 역량이 모든 구성원의 삼각형을 중첩해서 맨 바깥쪽 삼각형의 면적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조직 구성원이 매우 순수한(?!) 조직은 똑같이 생긴 모양의 삼각형만 쌓아놓은 형국이라 아무리 모여도 면적이 늘지 않는다. 조금만 다른 분야에 일이 생기면 난리가 난다. 단일한 전공, 단일한 학교 출신만 버글버글한 기업(조직)이 있다면 합류를 피하라. 조직도 개인도 발전이 없고, 위기가 오면 다 함께 죽는다. 


개발협력계도 마찬가지다. 나는 지역전문가입네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산업에도 깊이가 없고, 현장 나가면 간단한 계약도 혼자 체결 못하고, 도움이 없으면 사소한 통관도 못 시키는 사람이 허다하다. 남 도우러 가서 남에게 짐 된다. 평가전문가가 평가방법론에만 익숙해서 정작 평가하는 섹터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경우도 있다. 기술만 달랑 아는 엔지니어가 적정기술이 곧장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사회적기업을 구경만 해본 사람도 사회적기업을 심사하고 컨설팅한다. 

 

이제 새로 개발협력계에 진입하고자 하는 분들, 어쩌다 진입은 했지만 갈 길이 막막한 분들, 명심하시라. 두 축을 공략하고 다른 축과 잘 협력하는 인재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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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개발,개발협력계,취업,취업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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