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29일 금요일

참사의 대물림…1973년 한성호, 세월호와 판박이

참사의 대물림…1973년 한성호, 세월호와 판박이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18년 철권통치를 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이른바 박정희 후광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했던 말이지만, 그의 딸이 취임 후 아버지 집권 시절을 연상케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탄식처럼 반복돼 나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41년 전인 1973년 1월, 유신 독재 체제가 막 들어섰을 때도 여객선 침몰 참사가 있었습니다.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세월호 참사와 닮아 있습니다.

 

 

41년 전에 일어났던 참사가 2014년에도 반복됐다는 사실은 한국의 국가안전 시스템이 1970년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줍니다.

 

조아라 피디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0월 유신이 선포된 지 만 100일이 되던 날인 1973년 1월 25일, 전남 목포항을 출항한 여객선 한성호가 침몰했습니다.

 

18명 숨졌고 43명이 아직도 실종 상태입니다.

 

 

세월호 판박이라 할 수 있는 한성호 사건입니다. 두 사건에서 닮은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침몰 장소가 둘다 진도 앞바다입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 관매도와 병풍도 사이에서 침몰했고 한성호 침몰 장소는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18km 떨어진 곳입니다.

 

침몰 직후에 현장에 도착한 구조선의 역할도 비슷했습니다. 한성호 때도 구조선은 스스로 탈출해 갑판 위로 올라왔거나 바다로 뛰어든 승객들만 구조했을 뿐 배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사망‧실종자 대부분은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승객들이었습니다.

 

 

세월호 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을 했고 한성호 때도 학생들이 배 안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해 선실 문을 밖에서 닫아걸었습니다.

 

선장을 비롯한 상당수 선원들이 승객들 버리고 탈출한 것도 같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선장이 아닌 입사 4개월 된 3등 항해사가 키를 잡았던 것처럼 한성호 침몰 당시에도 선장이 아닌 무자격 갑판원이 파도 속에서 배를 몰았습니다.

 

침몰 직후 구조 당국의 구조 실패 역시 판박이였습니다.

 

한성호 사건 당시 신문들은 현장의 조류가 세고 수심이 깊어 구조와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도하면서 정부의 부실 대응을 지적했습니다.

 

공교롭게도 한성호 참사 당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행적도 의문입니다.

 

 

대통령기록관에는 1973년 1월 25일 박정희 대통령이 베트남 종전 기본 대비책 보고를 받았다는 단 하나의 일정만 기록돼 있고 한성호 관련 보도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을 찾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와 한성호 두 사건은 배가 출항하는 과정부터 닮아 있습니다.

 

세월호는 출항 전 짙은 안개로 시정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가시거리가 1km 미만일 때는 출항이 금지되지만 가시거리가 500m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정주의보가 해제됐고 세월호는 출항을 강행했습니다.

 

 

한성호도 비슷했습니다. 한성호가 출항하기 이틀 전부터 폭풍주의보로 인해 연안 여객선들의 운항이 정지됐지만 한성호는 선장이 항로를 조정한다는 각서를 쓰는 조건으로 출항했다가 참사를 당했습니다.

 

이 밖에도 세월호는 과적을, 한성호는 정원초과를 했다는 사실과 과적과 정원초과가 용인되는 비리사슬이 일상화 돼있었다는 사실에서도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건의 구성요소는 우연히 일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은 무리한 출항, 과적, 구조실패 등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구조적인 문제에서 동일성이 발견됩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아서 참사가 반복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반복을 피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41년 전 박정희 정부는 한성호 참사의 책임을 선주와 선원들에게만 물어 선주 2명과 선장과 선원들을 구속하고 처벌했습니다.

 

세월호 관련 수사 상황도 지금까지는 다르지 않습니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숨어 있는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이 41년 전 참사의 역사가 2014년에 반복됐다는 오명을 씻는 유일한 길입니다.

 

국민TV뉴스 조아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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