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4일 월요일

박근혜 의료영리화, 전경련 요구안과 ‘복사판’

박근혜 의료영리화, 전경련 요구안과 ‘복사판’

전경련 요구안, 한달 뒤 정부 투자활성화대책에 고스란히 담겨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영리화'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고 새로운 투자처를 노리는 기업일까? 몸이 아프면 돈 걱정없이 치료를 받길 원하는 국민일까?

전경련, 의료관광 활성화 위한 규제완화 요구
한 달 뒤, 정부 4차 투자활성화대책에 담겨


상징적인 장면 하나를 보자. 재벌·대기업 등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5일, 15쪽짜리 정책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전경련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의견'이라는 제목의 이 건의문에서 모두 12가지의 규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전경련은 의료분야와 관련해서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하고, 의료법인이 다양한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했다. 

전경련의 요구는 병원이 영리를 추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병원 수익의 일부를 투자자들이 배당금으로 챙겨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현행 의료법상 병원은 의사와 비영리법인(학교법인, 사회복지법인)만 설립할 수 있다. 그리고 비영리법인 병원은 영리추구가 금지돼 있다.

전경련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을 요구했다. 병원 투자자가 병원의 수익을 배당금으로 챙겨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정부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 병원이 영리 목적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경련의 요구에 화답했다. 사진은 기획재정부가 4차 투자활성화대책 보도자료에서 예시로 든 의료법인의 영리 목적 자회사 유형 중 하나.ⓒ 기획재정부 4차 투자활성화대책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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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 추구가 목적인 기업으로서는 중·대형병원이 비영리법인으로 묶여있는 한, 의료분야가 아무리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해도 '그림의 떡'일 뿐이다. 투자를 해도 이익을 회수해 갈 수 없으니 말이다. 비영리법인 병원은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전경련의 요구는 그림의 떡을 '눈 앞의 떡'으로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고, 사실 이 요구는 이미 오래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전경련 등의 요구를 받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려다 좌절한 바 있다.

전경련이 요구안을 전달하고 약 한 달 뒤인 12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4차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 후, 정부는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전경련의 요구가 고스란히 담겼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을 허용해달라는 전경련의 요구에 정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회사 설립 허용으로 답했다. 의료법인의 수익사업 대폭 허용 요구에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 확대로 답했다. 정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예고까지 마쳤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정부와 국회에 정책건의한 내용(왼쪽)과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4차 투자활성화대책' 중 의료분야 주요 규제완화 내용.ⓒ 민중의소리


의료법 위반 논란, 국민 다수 반대에도
9부 능선 넘고 있는 박근혜식 의료영리화


보건복지부는 현재 입법예고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 이후 총리실 규제심사 - 법제처 심의 -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시행된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은 의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개정이 아닌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추진하고 있어서 법 위반 논란이 있고, 정책 자체에 대한 국민적 반대 의견도 높다.

지난 6월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실·이목희 의원실과 참여연대, 보건의료노조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9.7%가 '박근혜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23.1%에 불과했다.

응답자들은 "병원의 영리추구가 심해지고 병원비가 오를 수있어 반대한다", "병원이 의료본업에 충실하기보다 환자를 대상으로 수익을 추구할 것이므로 반대한다"는 등의 우려를 강하게 표했다. 국민의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의료분야 규제완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9부능선을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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