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잘하는법

놀면서 공부 잘하는법 - 1 

파란마왕 이웃추가 | 2013.12.25 19:45
 앱으로 보기 
놀면서 공부 잘하는법... 
제목을 자극적으로 한 번 달아봤다 ㅎㅎ
그저께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 (http://m.blog.naver.com/pretty119/130182277191)이란 자랑질 포스팅을 했는데 의외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자랑질에 관심이 많다면 제대로 해야겠다 싶다. 

사실 내가 자랑할만한게 있다면 예쁜 딸과, 학벌 정도 밖에 없다. 딸 자랑은 페이스북으로 열씨미 하고 있으니 블로그엔 옛날에 공부 잘한 것이나 자랑해야겠다. 특히 놀면서 공부를 잘해서 천재처럼 이미지메이킹하는 방법을 말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제일 중요한 과목이 무엇일까? 국어다.
일단 문제를 이해해야 답을 할 것이 아닌가? 문제의 의도가 뭔지도 파악하지 못하는 애들이 부지기수다. 옛날 학창 시절에 시험을 치고 나면 답을 맞춰본다고 바쁘다. 그럴 때 보면 서로 맞다고 생각하는 답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거의 대부분 내가 맞았다. 다른 애들은 분명 공부를 했음에도 문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 국어는 공부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고3때 언어영역 성적이 안나와서 문제집을 10권씩 푸는 애가 있었다. 그래도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난 언어영역을 공부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항상 잘봤다. 영어와 수학이 단기에 성적이 안 오르는 과목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사실 국어야말로 이 분야의 갑이다. 학창 시절에 놀면서 공부하기 위해선 어릴 때 부터 국어실력을 쌓아 놓아야 한다.

난 어떻게 국어를 잘하게 되었을까? 
정말 식상한 대답이지만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사실 중학교 2학년 이후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내 평생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시기가 초등학교 때다. 즉 나의 국어 실력은 초등학교 때 집중적으로 쌓은 것이다.

난 왜 그 어린 나이에 책을 많이 읽었을까? 책이 고팠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과수원이었다. 이웃에 인가가 없는 외톨이 농장이었다. 친구라곤 두 살 터울의 여동생 뿐이었다. 티비를 보는 것 빼곤 딱히 할 게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집에 내가 볼만한 책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께서 헌 책을 얻어 오셨다. 명작동화 전집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읽을 만한 책이었다. 레이더스(인디아나 존스)나 모히칸 족의 최후(라스트 모히칸), 암굴왕(몬테 크리스토 백작) 같은 책들이 있었다. 

책에서 곰팡이 냄새가 날만큼 오래되고 색깔도 많이 바랬었다. 하지만 그 책들이 내 보물이 되었다. 심심하면 책을 읽었다. 읽은 책을 다시 보고 또 읽었다. 10번 넘게 읽은 책이 수두룩했다.

친척 집에 가거나 피아노 학원에 가면 예쁜 그림책들이 있었다. 나에겐 신천지였다. 그래서 새 책이 있는 곳에 가면 거기서 정신을 놓고 책을 읽었다. 제사를 지내러 할아버지집에 가면 같이 놀 사촌들이 엄청 많았다. 하지만 그 때도 난 책을 읽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러 방에 들어가서 책만 보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마산에서 학교를 다녔다. 도시에 나오니 서점이란 곳이 있었다. 그 때부턴 혼자 서점에 가서 책을 읽었다. 어른들 책도 많이 읽었다. 심지어 sex에 관련된 책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점에서 읽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은 내가 책을 많이 본다고 칭찬했다. 그게 나에겐 훈장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쪼그만게 아는것도 많았다. 장학퀴즈를 방송에서 하면 왠만한 고등학생들처럼 맞추곤 했다. 그래서 칭찬을 받으면 뿌듯했다. 그래서 더 많이 봤다.

아는만큼 흥미가 생긴다. 중학교에 가니 사회 지리 과학 등 다양한 과목이 생겼다. 난 다른 애들보다 거의 머든 과목에서 아는 게 많았다. 그만큼 더 흥미가 생겼던 것 같다. 책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셈이었다.

요약해보면 책이 고팠기 때문에 책을 많이 봤고, 그래서 칭찬을 받자 더 독하게 책을 읽었다. 모두들 자기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기를 원할 것이다. 그 해답이 위의 2가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와이프는 심심하면 아이 책을 산다. 내 생각에 우리 애가 읽은 책은 우리 집 책의 20%도 안될 것 같다. 그럼에도 책을 전질로 산다. 나는 그렇게 책을 사지 말라고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너무 풍족하면 소중한 줄 모른다. 아이 입에서 특정 책을 사달라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난 와이프를 통제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나처럼 키운다는 것도 웃긴 일이다. 지금 나의 숙제는 아이가 책에 욕심을 낼 수 있게 만들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섬네일파란마왕  이웃마왕의 서재